생각의 휘발성을 해결하기 위해 AI와 Obsidian을 연결한 개인 지식 관리 시스템 구축기
한 달 전, 새벽 2시에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오늘 하루 동안 머릿속을 스쳐간 것들. 미팅에서 나온 아이디어, 코드 리뷰하다 떠오른 아키텍처 개선안, 퇴근길에 읽은 아티클에서 얻은 인사이트, 자기 전에 문득 떠오른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 이 중에서 내일 아침까지 남아있을 게 몇 개나 될까?
거의 없다. 경험적으로 안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기술적인 삽질을 반복하는 건 익숙하다. 예전에 해결했던 문제를 까먹고 다시 삽질하는 것. 이건 그나마 구글링하면 된다.
더 아까운 건 따로 있다.
채용 시장을 분석하다 떠오른 인사이트. AI가 개발자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예측. 우리 팀의 기술 부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전략. 스타트업 생태계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대한 생각.
이런 것들은 구글링해도 안 나온다.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들이다.
노션에 적어봤다. 슬랙에 메모해봤다. 근데 안 본다. 적는 순간은 뿌듯한데, 일주일 지나면 거기에 뭘 적었는지도 까먹는다. 도구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습관의 문제였다.
적는 게 귀찮다. 정리하는 게 귀찮다. 찾아보는 게 귀찮다. 귀찮으면 안 한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AI 코딩 에이전트랑 개인 비서를 연결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코딩하다가 기록할 만한 게 생기면 /insight-extract 한 번 치면 끝이다. AI가 현재 대화 맥락을 분석해서 핵심만 뽑아 마크다운 파일로 저장한다. 자기 전에 떠오른 생각도 마찬가지. AI 비서한테 말하면 알아서 정리해서 저장한다.
저장된 건 Obsidian vault에 쌓인다. 그냥 로컬 폴더에 마크다운 파일들. 클라우드 구독 없고, 벤더 락인 없고, 내 데이터는 내 컴퓨터에 있다.
매일 아침 AI 비서가 브리핑한다. 어제 추가된 인사이트, 오래 묵은 TODO, 연결될 수 있는 노트들. 나중에 뭔가 찾고 싶으면 자연어로 물어본다. "저번에 채용 시장에 대해 뭐라고 생각했더라?" 하면 찾아서 요약해준다.
지금 vault에 인사이트 파일이 200개 넘게 쌓였다.
기술적인 것도 있다. vLLM 세팅하다 발견한 것, 모델별 reasoning 특성 비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패턴들.
근데 더 가치 있는 건 기술 외적인 것들이다.
팀 빌딩에 대한 고민. 기술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AI 시대에 개발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방법. 채용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예전에는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그냥 사라졌다. 지금은 남는다. 쌓인다. 연결된다.
자기 전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일주일 후에 다른 맥락에서 다시 튀어나온다. AI 비서가 "이거 저번에 생각하신 거랑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줄 때, 아 이래서 Second Brain이구나 싶었다.
솔직히 이 시스템의 기술적 구현은 별거 없다. 마크다운 파일 저장하고, AI가 검색하고, 요약하는 거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마찰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 정도 마찰이면 귀찮아서 안 하게 되는 일이 없다. 적어도 나한테는.
한 달 써보니까 확실히 달라졌다. 같은 생각을 두 번 하는 일이 줄었다. 예전에 뭘 생각했는지 까먹는 일이 줄었다. 흩어진 생각들이 연결되면서 더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을 저장하는 습관이 생기니까, 생각 자체를 더 하게 된다. 어차피 기록될 거니까.